1

캇쨩은 정말 대단해! 
캇쨩은 언제나 당당하게 뭐든 해낸다고! 
나도 언젠가 캇쨩처럼 되고싶어~!

동경의 시선 끝에는 항상 네가 서있었다. 어린 4살의 나와 다른 몸이 아닌 그저 한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너의 몸짓 하나하나는 금방이라도 날라다닐 새처럼 팔팔했다. 
그 모습이 멋지면서 무언가 이끌림이 있어서, 난 널 졸졸 그림자마냥 따라다닌 것일 거다. 입술에는 캇쨩 캇쨩, 나만 뱉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말을 달면서.

"흥, 이즈쿠같은 겁쟁이는 무리일걸?"

빙긋 코웃음을 거세게 쳐오르며 캇쨩이 대답해준다. 절대 너와 난 같은 취급이 될 수 없어, 자신만만하게 대답해줬다.

아직 개성이 나오지 않았을 무렵이다. 캇쨩은 아마, 자신이 대단한 개성을 가질 거라고 믿고 있었겠지. 대단한 캇쨩, 정말 멋져! 주변 아이들의 호응에 떠밀려 우쭐대는 것도 있었겠지만 후에 정말 대단한 개성을 가진 아이로 자라났다. 캇쨩은 나와 다르다. 난 개성을 가지지 못했고 손가락이나 빨며 캇쨩을 바라보았었다.

그때마다 입 속에 들어간 손가락이 시큼했다.


2

─눈 앞에 유에이 고교 건물이 동공에 꽉 매워졌다. 입학한 지 3개월이 지나고 여전히 나와 캇쨩의 거리는 메워지지 않는다. 그 전보다 더 멀어진게 당연한 거라는 결과라는 우울함이 감정을 지배했다. 이러다 언젠가 정말 말도 못 붙여 볼 정도로 떨어지려나? 불안함에 손톱을 물어뜯었다.
자잘한 상처가 깃든 손은 익숙치 않다.

"비켜, 데쿠."
"카, 캇쨩..!"

뒤에서 뒤통수를 쳐 오는 짧은 둔탁함이 캇쨩의 짓이라는 걸 눈 감고도 알 게 해주었다. 오늘도다, 등교길에서 캇쨩이 내게 으름장을 놓아주었다. 사실은 캇쨩도 나랑 대화하고싶은건가? 멋대로 단정지으며 삐질삐질 땀을 뺀 얼굴로 너의 길을 터주었다.

"한심한 너드새끼가."

칫, 영 맘에 안 드는지. 들으라는 혀 차는 소리가 어느 순간부터 위축함이 아닌 안도감으로 변해버렸다. 동경의 사람, 올마이트 이후로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 물으면 설사 고민을 하더라도 캇쨩이란 단어에 도달하지 않을까.
멀어지는 네 뒷모습을 보며 손톱을 만지작였다. 어릴 때부터 습관이 고쳐지지 않아 손톱은 이미 너덜너덜했다.


3

쉬는 시간이였다. 복도를 거닐다가 실수로 캇쨩과 어깨를 부딪힌게 사건의 원인이 되었다. 그 날은 올마이트 수업이 있고 난 일주일의 일이라 워낙 예민했던 캇쨩은 화를 분출하며 날 강제로 끌고 벽에 부딪히게 만들었다.
내 어깨를 잡은 둔탁한 손이 뜨거워서 화끈거렸다.

"이 새끼가 죽고싶냐?!"
"무, 무슨 소리야. 캇쨩! 절대 그런 게 아니.."
"닥쳐, 닥쳐! 네놈 새끼 목소리 듣고 싶지도 않아."

짜증이 치미는지 앞머리를 벅벅 긁으며 분노했다. 캇쨩은, 불안한 건가? 내가 개성이 생겨버려서 초조해지는 건가? 10년 이상 너의 뒤에서 몰래 알아 온 경력이 빛을 발하는건가 싶어 남 모르게 숨을 쥐 죽듯이 크게 들이내쉬었다.

"중학교 때만 해도 아무것도 못 하는 돌멩이 새끼였잖냐..!"

으득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캇쨩, 그러다 이 다쳐.. 조금만 건드려도 무언가 터져 휩쓸 것 같아 차마 말은 못하고 눈만 동그랗게 열고 쳐다보았다. 아아, 그래도, 화내는 캇쨩 이쁘다.

...? 방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4

야, 쟤네 또 싸운다. 얼시구. 쯧 짧게 탄식하는 키리시마의 한탄에 반 애들의 절반의 시선이 당연하다는 듯 바쿠고에게 향했다. 역시나의 역시나, 또 바쿠고와 미도리야가 다투고 있다. 미도리야가 일방적으로 괴롭힘 당하는거지만 어느 순간부터 미도리야의 반항심이 조금씩 열기를 띄는 것 같아 반 애들의 관심은 사그러 들 기미가 없었다.

"아앙? 뭐야 새꺄 뒤질래?!"
"크...으."

대체 몇 십년동안 잡히는 멱살인가, 등을 쎄게 부딪혀서 머리가 어질 어질, 별이 돌고 도는 미도리야를 우악스럽게 제압하는 바쿠고의 위압감은 언제봐도 장난 아니였다. '저러다 애 죽이겠다~' 반 애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리라싶지만 건들면 자신도 주옥된다는 걸 뼈 깊이 알기 때문에 누구도 섣불리 바쿠고를 말리진 못했다. 차마 눈 뜨고 봐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카, 캇쨩..! 숨.. 나 숨 좀..!"
"너 새끼 숨 쉴 틈을 내가 왜 줘?!"
"읏,"

허억, 미도리야의 시선이 이중 프레임으로 나눠진다. 갈 수록 과격해지는 바쿠고의 폭력에 지친건지. 순간 애들모르게 조용히 읊조린 그의 대사가 바쿠고의 언동이 티가 날 정도로 멈추게 만든다.

"내가 죽어주길 원해?"
".....뭐?"

자신이 무슨 소리를 내뱉는건지, 바쿠고의 표정을 정신 나간 눈동자로 쳐다보는 미도리야의 얼굴은 흡사 정신이탈자 같다.

"캇쨩, 내가 , 그동안 왜 자살을 안했겠어,"

내가 정말로 죽어주길 바라지 않아서잖아.

"난 지금이라도, 당장 캇, 쨩을 위해서, 투신자,살."

할 수 있다고? 속이 울렁거려, 머리는 메스껍고 목울대는 아른거려. 숨이 턱턱 막히며 두 눈이 빨개진 채 의미 모를 웃음을 선사하며 미도리야가 말하리라. 

불쌍한 캇쨩. 그렇게 사색이 될 필욘 없잖아. 

"응, 캇쨩.. 난,"
"씨발"

퍽, 꾹 누르며 잡았던 옷을 놓으며 미도리야의 턱을 가볍게 친 바쿠고의 손 행동으로 둘의 대화가 끝났다.

존나 기분 나쁜 새끼... 중얼거리는 갈라지는 목소리에 미도리야는 컥컥대는 기침을 뱉으며 숨을 죽였다. 당시 자신이 어떻게 웃고있는지는 몇분 후 우연히 거울을 보고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