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 +70

1.
너는 절대 무통보 잠수 같은거 하지마. 당한 사람은 꽤 타격 커. 그녀는 술잔을 기울이며 웅얼댔다. 분명 취했다, 이 자식 취했어. 새해 첫 날부터 취해대곤 글러먹었구만.

왜에.. 만남이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라고. 나도 알ㅇㅏ 그딴거!! 

쾅, 쾅. 아무 죄 없는 테이블만 손바닥으로 몇번 쳐대는 그녀의 행동을 반 한심한 눈길로 끌어보며 턱을 괴고 말없는 대답을 해주자 다시 뻐끔 입을 여는 그녀다.

헤어지는거야 어쩔 수 없어.. 안다고... 그냥..그냐앙 나느은~..

높은 온도 탓에 풀려지는 발음은 어물정하게 넘어가고, 뭐가 저를 서럽게 만드는건지 눈썹은 온 세상 우울함 다 끌어안은 마냥 축 쳐져선 위로 올라갈 기미가 없다.

적어도 말은 하고 가란말이야아... 갑자기 홱! 사라지면 남은사람으으은!! 어쩌라고오!!

허공에 불 뿜는 용가리인줄. 탄식을 고래고래 뱉고는 쿵, 이번엔 테이블에 안면을 박고 K.O 하셨다. 드디어 주정이 끝이 난 듯, 잠시 쓰러진 널 바라보다 결국 한숨을 툭 버리고 자리에 일어나 널 끌고 방으로 향한다.



2.
좆같네. 기분이 매우 개같아. 어두운 방 안에서 저만한 곰인형을 끌어안은 채 그리 속삭였다. 마음에 돌덩이가 또 말성을 피운다. 무겁게 떠 있는 우울한 감정이 가슴 중심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게 여간 기분 나쁜게 아니다. 아무리 베개에 머리를 부벼봐도, 인형 볼에 코를 박아 어리광을 피워도 풀리지않는 어두운 기분, 가라앉지 않는 조용한 분노. 

그 애매한 두 감정이 그녀를 침대에 가뒀다. 오늘따라 울리지 않는 핸드폰너머를 원망스레 쳐다본 그녀의 눈은 떨칠 수 없는 고독이 지긋지긋했다. 

정작 내가 힘들땐 아무도 몰라주는구나, 괜히 제 사정 모르는 사람들만 나쁘게 생각하며 퀭한 눈꺼풀을 꾹 닫은 채 다시 곰인형을 꽉 끌어안자 동시에 적막한 공간을 깨뜨리는 초인종 소리가 등장한다.

누구세요? 어... 한껏 우울함을 표출하고 있는데 누구야. 힘 없는 팔로 문고리를 잡아 문을 열고 시선을 올리면 밤공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그가 서있었다.

꼬라지 봐라. 여전히 으르렁거리며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는 망설임없이 그녀의 공간에 들어온다. 자연스레 뒷걸음질을 하며 왜 왔냐고 그녀가 따지듯 물으면 서슴없이 대답하는 그다.

왜긴 너 또, 혼자 우울증 환자 코스프레 하고 있을거 뻔해서 왔지.



3.
그거 아냐. 지금 자기 얼굴이 전생에 사랑했던 사람 얼굴이래.

한가로운 점심에 날벼락같은 소리. 미신 중에 미신이라는 세로의 말씀을 들은 세 사람은 전생의 나는 눈을 어따 둿냐며 질색하는 사람이 있긴 커녕, 잘 사랑했다며 자화자찬을 하는 남정네들을 보는 소녀의 시선이 따가운 줄도 모르고. 

뭐 바쿠고는 잘생겼으니까 할 말 없겠네.
그래도 인성이...
맞아 인성이...
시비 터냐 새꺄

카미나리의 칭찬에 토를 다는 소녀와 키리시마를 보며 불꽃을 뿜으려는 바쿠고의 대답에 합죽이가 된다. 사람 외모가 다는 아니죠.. 결굳 못참고 한마디를 더하는 소녀에게 볼따구를 괴롭히는 바쿠고의 응징이 내려진다.

쯧. 넌 이제부터 관리나 잘해라. 남의 볼을 한참이나 가지고 놀던 주제 곱지 않은 어투로 말을 건네면 여느때처럼 의문을 단 소녀의 눈빛에 흔쾌히 대답을 한다.

다음 생에 니 얼굴로 태어나야 하는 내 입장 생각하라고.
예..?

우와, 당당해. 이젠 질렸다는 듯 카미나리와 키리시마, 세로의 마음의 소리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순간 설렌 마음을 놓칠 수 없었다. 

커플 사라져.■



12